들어가며
사주 앱을 만든 개발자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달곰당 창업자 구한모.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주 앱을 만들겠다”며 회사를 나왔다고 한다.
새벽의 인터뷰는 정확히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됐다. 카페가 아닌, 그의 작업실이었다. 책상 위엔 노트북 두 대와 만세력 책자, 그리고 따뜻한 보리차 한 잔.
“제 일주(日柱)가 갑목(甲木)이에요. 갑목은 새벽의 나무거든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그냥 가장 자연스러워요.”
Q. 사주 앱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할 때,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머신러닝 모델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어느 날 명리학 책을 펼쳤는데 — 두 책이 같은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데이터의 패턴을 찾아라.” 머신러닝의 핵심이에요. “사주의 결을 읽어라.” 명리학의 핵심이고요. 둘 다 수많은 사례 안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잡아내는 일이에요. 그 순간 “아, 이거 같은 일을 하는 두 도구구나” 싶었어요.
Q. 그렇다고 회사를 나오기까지는 큰 결정 아닌가요?
맞아요. 다만 저는 갑목이고, 인시(寅時)에 태어났어요. 둘 다 “시작”의 글자거든요. 새로 시작하는 일에 본능적으로 끌리고, 또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그게 명리학적 기질입니다.
물론 명리학을 핑계로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에요. 그냥 아침마다 출근길에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게 이건가?” 라는 질문이 자꾸 떠올랐고, 어느 날 그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이 너무 또렷하게 들리더라고요. 다음 날 사표를 냈습니다.
Q.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신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이에요. 정확히는 3시 50분에 자동으로 눈이 떠져요. 알람을 안 맞추거든요.
명리학적으로 풀면 이래요. 갑목 일간은 새벽의 나무 — 동쪽에서 막 솟아오르는 어린 가지. 그래서 갑목 일주는 보통 인시(寅時, 새벽 3시~5시)에 가장 활발해요. 그 시간에 깨어 있는 게 갑목한테는 가장 자연스러운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몰랐어요. 그냥 “나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했는데, 사주를 풀어보고 나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정리됐어요. 나를 정확히 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Q.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뭘 하세요?
처음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합니다. 보리차 한 잔을 따라놓고, 창문을 열고, 그냥 가만히 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두 번째 시간부터 일을 시작해요. 갑목 일주가 가장 머리가 잘 도는 시간이거든요. 달곰당의 핵심 알고리즘 — 천간 지지 매핑이나 대운 계산 — 은 거의 다 새벽 5시~7시 사이에 짠 코드예요.
Q.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가 본 명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굉장히 오래되고, 굉장히 잘 정리된 분류 시스템. 천간 10개 × 지지 12개 = 60개의 조합. 거기에 시간(年月日時) 4개를 곱하면 약 51만 8천 개의 사주 패턴이 나와요. 한국 인구의 약 1%지요.
이게 신기한 게, 인구가 많아질수록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결의 차이가 또렷이 보여요. 환경·시대·교육에 따라 같은 사주가 다르게 풀려 나가는 거. 그래서 명리학은 결정론이 아니라 확률론이라고 저는 봐요.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마주 보는 시간, 직관 같은 것들. 그래서 달곰당은 AI가 풀고, 사람이 다듬는 두 겹 구조를 고집해요.
Q.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기능은 뭔가요?
“정확하게 모른다”라고 말하는 기능이요. 사용자가 출생 시간을 모를 때, AI가 자꾸 답을 만들려고 해요. 그걸 “시주에 의존하는 결론은 자동으로 약화시키도록” 만드는 게 어렵더라고요. 한 달 넘게 잡고 있어요.
좋은 풀이는 답을 잘 주는 풀이가 아니라, 모를 때 “모르겠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말하는 풀이라고 믿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달곰당은 어떻게 그려가실 건가요?
세 가지 방향이 있어요.
- 정통 명리(命理)에 충실하게. 트렌드 풀이가 아니라 정통의 무게를 지키는 것.
- 언어를 더 부드럽게. 옛 한자가 너무 많아 어려운 풀이가 아니라, 친구가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풀이로.
- 데이터로 다듬어가게. 사용자 피드백을 모아 매년 알고리즘을 한 번씩 다듬는 것.
이 세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저도 매일 새벽 4시에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겁니다. 갑목 일주가 가장 머리가 잘 도는 그 시간에요.
닫는 글
인터뷰가 끝나고 작업실을 나오니, 동쪽 하늘이 막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갑목의 새벽이라는 말이, 그제야 조금 와 닿았다.
오래된 학문과 가장 새로운 도구가 만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매일 새벽 4시에 깨어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 달곰당 편집실